전문가칼럼

코로나19, 달라져야 하는 평생교육패러다임

대구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 정일경 원장

위기는 성장의 발판이 되곤 한다. 전 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코로나19는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대두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교육이다. 고도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쩔 수 없이 등장한 대안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정일경 원장

교육의 물리적 한계를 넓히다, 비대면 원격 교육

교육이란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 행위다.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함께’ 있어야 교육이라는 행위가 성립된다. 지금까지는 ‘함께’라는 개념은 같은 장소에서 눈을 마주치며 상호 교류하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곳 교육의 물리적 한계를 결정짓는 개념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의 기술은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하게 해준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라도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다. 온라인은 수많은 접속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준다. 결국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타인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유연성은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여 왔다. 교육계도 마찬가지다. 90년대 PC통신 시절에도 스트리밍 강의를 일부 도입한 교육이 민간에서 진행됐었고, 입시 교육을 위주로 한 사설 온라인 강의들은 이미 유명 학원가로 편중되어 있던 사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바 있다. 매일 새벽 강의실 앞에 줄을 서고,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학원가 주변 원룸이나 모텔에서 자취 아닌 자취를 해야 했던 시절은 이제 추억에 머무른다.

온라인 강의는 대학가의 풍토도 바꾸어 놓았다. 몇 십 명만을 수용하던 좁은 교실을 벗어나니 수많은 학생들이 수강신청의 압박에서도 벗어났다. 수업에 늦을까 캠퍼스를 전력질주 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미 원격 대학의 원조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와 그 외의 사이버대학교들은 온라인 원격 강의에 특화된 교수법을 통해 매년 수 백 명의 졸업생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해외의 유수한 명문 대학교들도 온라인을 통해 자신들이 진행 중인 양질의 강의를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 중이다. 한국에 있는 내 방안이 온라인 접속만으로 미국 하버드의 유명 강의가 진행되는 강의실이 된다. 0과 1로 이루어진 세상은 교실의 벽을 허물고 수업 종을 무력화 시켜놓은 것이다.

IT기술, 온라인의 한계마저 부수다

개방성과 융통성을 갖춘 온라인 강의가 기존 교육의 한계를 초월하긴 했지만, 그 자체의 한계도 명확했다. 지금까지의 온라인 강의는 지극히 1차원적이었다. 교육을 받을 수는 있어도 교육에 함께 참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지금까지 온라인 강의에서 학생들은 눈과 귀만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강의실에 고정된 카메라와 마이크가 학생들의 눈과 귀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지금은 화상통신을 이용한 양방향 소통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졌다. 현재의 통신환경은 기하급수적으로 속도가 빨라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해도 안정적이다.

학생들은 실시간으로 교수에게 질문을 할 수 있고, 다른 참가자들과 토론도 진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으며 온라인 교육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줄 기술들이 개발됐다. VR과 증강현실은 비대면 온라인 강의의 범위를 확장시켜줄 수 있는 마법을 보여준다. 오히려 오프라인에서도 충족할 수 없었던 교육적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지난 4월 한국의 ‘서틴스플로어’라는 회사에서 비대면 가상현실 원격 교육 솔루션을 선보였다. 가상의 강의실에 실시간으로 접속해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미 동서울대학교에서 플랫폼을 활용해 실제 수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증강현실을 이용해서는 실습 교육이나, 시청각 효과를 이용한 효과적인 교수법이 이뤄질 수 있다.

나아가 딥러닝(Deep Running)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보다 효율적인 온라인 학습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학습자의 학습 패턴과 이해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학습 플랜을 제시해 학습자 주도형 교육을 가능하게 해주고, 진로 지도 또한 가능하다.

평생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맞이하다

아직은 혼란스럽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교육기관에서 비대면 원격 강의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교수법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비대면 원격 강의 장점 또한 더욱 부각되는 중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코로나19 사태가 끝이 나더라도 비대면 원격 강의를 활용한 교육이 더욱 적극적으로 시행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는 평생교육의 패러다임 변환으로도 이어져야 한다. 많은 학습자들의 개별적인 니즈와, 다양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형태의 교육 콘텐츠가 개발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가능한 환경 구축도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평균수명과 함께 여가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연스레 평생학습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평생학습을 희망하는 자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나 시스템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개발된, 그리고 개발되어질 비대면 원격 강의 기술과 인프라들은 평생교육의 양과 질을 동시에 개선시켜줄 수 있는 열쇠다. 내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내가 배우고 싶은 것들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배우는 것이야말로 평생교육의 본질이자 추구해야할 이상이다. 그리고 그 본질을 가장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비대면 원격 강의라 할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평생교육에 알맞은 비대면 원격 강의 기술과 교수법을 연구하고,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럼 비로소 국민 모두가 배움과 성장을 즐기는 평생교육의 황금기가 도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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