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인터뷰

검정고시 연이어 동반 합격 … ‘대학생 된 부부’

대구평생교육진흥원 문순덕 기자

이영근·정부영 씨 부부 전문대 입학
힘든 여건 극복하고 주경야독
졸업 후엔 야학교서 봉사 계획

초등학교를 졸업한 남편과 중학교를 졸업한 아내가 검정고시를 통하여 나란히 대학에 입학하였다.

남편 이 씨는 집안의 맏아들로 14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초등학교 졸업 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18살 때 프레스공장에서 일하다가 왼손 약지 한마디를 잃었다. 사고 후 손가락이 절단되면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찾아서 건축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해야만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꼭 대학에 가리라 다짐하면서 주경야독하여 1979년에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하였다.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에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

학업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급선무라서 공부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후 친구의 소개로 결혼하면서 학업에 대한 열망은 점점 멀어져 갔다. 결혼할 때 부부는 약속했다. 반드시 대학을 졸업하여 그것으로 결혼 선물을 대신하자고, 그러나 결혼하고 보니 자식을 키워야 하고 가장으로서 책임이 무거웠다. 어려운 가운데도 반드시 대학에 가자고 했는데 현실은 만만치가 않아서 사는 데 급급하기만 했다. 결혼을 하고 새 식구가 늘어나면서 돌팔구를 찾아 나섰다.

아내와 함께 공부할 때가 가장 즐겁다.

1987년 초에 대구직업훈련원 전기공과에 입학하여 열심히 노력한 결과 그해 8월에 국가고시 전기기능사 2급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것이 인생을 바꾸어 주었다. 자격증을 취득하자 바로 9월부터 ○○정밀회사에 취업하게 되어 맡은바 직분에 성실하게 일하여 반장이라는 책임자가 되었으나, 직장생활이 안정되어 갈 무렵에 부인이 우울증으로 힘들어 해서 병원을 갔더니 남편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소리를 듣고 아내의 병간호와 치료를 위해 함께할 일을 찾아 길거리 장사에 나섰다. 뻥튀기 장사, 과일 행상장사 등을 하면서 힘은 들어도 아내와 24시간을 보내면서부터 아내의 우울증도 차츰 호전되어 갔다. 다시 정밀회사에 취업했는데 얼마 다니지 못해서 취업하는 회사마다 부도가 났다.

남편이 실직할 때마다 부인도 김밥 집과 식당으로 일을 다니면서 가계에 보탬을 주었다. 미리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는 언젠가 한번은 찾아온다고 했던가? 힘든 생활과 역경 속에서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다 보니 2003년 태풍 매미가 왔을 때 부산 어느 회사에 기계가 물에 잠겨서 못 쓰게 될 형편이어서 기계를 수리할 수 있는 기술자를 급히 구한다는 말에 바로 그곳으로 가서 일주일 동안 보수도 안 받고 봉사한 것이 본인에게는 인생을 바꿔 준 계기가 되었다.

자신의 기술과 능력을 인정해 준 주변의 도움으로 2003년 10월에 꿈에도 그리던 자신의 사업장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받는 날 그간의 고생의 나날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반드시 사업에 성공하여 대학에 갈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학산종합사회복지관 앞에서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생활이 안정을 찾았을 때, 달서구보에 소개된 야학교를 알게 되어 학산종합사회복지관 야학교에 부부가 함께 입학하여 공부하게 되었다. 야학 선생님의 가르침을 놓치지 않으려고 졸리는 눈을 껌벅거리면서 공부한 결과 부인과 함께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연이어 대학 검정고시에 합격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안겨 주었다. 그 후 영남 이공대 전기자동학과에 부부가 동시에 입학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대학도 본인이 하는 일과 같은 과이기에 선택하게 되었으며, 자신의 직업에도 더욱 충실히 매진하여 사업을 성공시키겠다고 하였다.

영남이공대 입학식

이들 부부는 꿈에 그리던 대학 영남이공대 입학식 날 아들딸뻘인 같은 과 동기들과 함께 대열에 서서 기쁨의 나래를 펼쳤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부부는 사업과 공부를 병행하는 시간을 견뎌 내고 대학을 졸업하였다. 그해 7월 건강에 이상이 있어 수술을 받고 건강을 챙기면서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열심히 살아가는 부부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편, 이들의 합격에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다. 바로 야간학교 주간반 정구성 교장선생님(63세)이다. 그는 현재 야학학생들이 50, 60대 후반의 학생들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업시간이 되면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는 학생들을 보면 ‘아, 이게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열정을 쏟는다고 한다.

정구성 교장선생님

정 교장은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때때로 이해력이 모자라 힘들지만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다 흘러내려도 콩나물이 자라듯이 가르치다 보면 어려운 것도 풀리는 날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현대는 물질만능의 문화 속에서 정신문화는 퇴색되고 이기주의적 사고로 남을 위한 배려를 상실해 가는 시대로,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이야말로 이 시대가 절실히 요구하는 가장 보배로운 것이라고 하였다. 정 교장이 바라는 대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남을 위해 기부하는 문화가 조성되어 보다 살기 좋은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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