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과거 10년, 미래 10년
: 대구평생학습진흥원 법인 창립을 바라보며

현영섭(경북대학교)

과거 10년

1999년 평생교육법 전면 개정 이후, 한국의 평생교육은 새로운 법령 및 체제를 통한 다각적 정책이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중앙정부 주도의 평생교육정책이 주를 이루었으나,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평생학습도시 사업, 지역인적자원개발 사업 등 지자체가 주도하고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식의 정책도 추진되었다. 여기서 지자체는 주로 기초지자체였다. 하지만 기초뿐만 아니라 광역지자체 수준에서 평생교육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체계가 필요해지면서, 광역지자체는 앞 다투어 평생교육진흥원을 설립·운영하기 시작하였다.

대구시 역시, 광역수준의 평생교육진흥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2010년 이후 진흥원 설립 준비와 체제 정비 작업이 시작되었다. 구체적으로는 2009년 「대구시 평생교육진흥원 조례」가 제정되었고, 2010년에는 「대구평생교육진흥원 설립방안」 연구가 수행되었다. 필자는 2010년 「대구평생교육진흥원 설립방안」 연구책임을 맡아서 다양한 평생교육진흥원 운영을 위한 후보기관을 검토하였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당시 4-5개 이상의 후보기관이 있었고, 위탁 운영을 위한 대안으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곳들이었다.

2012년에 지정 심의를 거쳐 대구경북연구원에 위탁 운영 형태로 대구평생교육진흥원이 출범하였다. 이후 대구평생교육진흥원은 대구평생학습박람회, 대구 평생교육기관 관계자 워크숍 등을 개최하고, 대구평생교육 기초조사 및 정보망 구축 등 평생교육 기반사업을 추진하였다. 또한 대구 기초지자체의 평생교육 격차 해소, 소외계층 대상의 평생교육 지원, 평생교육 홍보 및 인식 제고, 평생교육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평생교육 리더 육성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였다. 더구나 최근에는 대구형 평생학습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 대구평생학습리더 역량 강화, 맞춤형 평생학습기회 제공 등 대구시의 상황에 부합되는 평생교육 사업으로 특화시키는 수준까지 발전하였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평생교육 축소의 상황에서도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문해교육, 평생교육 홍보, 성과공유회 개최 등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길을 시작하였다. 특히 2020년 12월에는 숙원사업이었던 대구평생교육진흥원의 법인화가 이루어졌다. 2020년 12월 3일에 법인창립총회가 개최되었고, 18일에는 개원식이 있었다. 진흥원의 명칭도 대구평생학습진흥원으로 개명되었다. 진흥원 설치 및 지정 운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10여년 만에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은 법인으로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미래 10년

2021년부터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이 법인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법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법인(法人)은 말 그대로 법적 사람이다. 법률상 자연인과 함께 단체도 사람으로 취급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 법인이다. ‘법인이 된다’는 것은 ‘법적으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적 권리와 의무의 주체는 각종 법률에 의해서 보장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필요한 사항을 지자체나 국가에 요구할 수 있다. 더불어 법인은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를 갖는다. 특히 주무관청이나 법원의 통제를 받으며 필요한 의무를 져야 한다.

법인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영역에 대한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선결조건이다. 삼성전자 법인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전자제품에 대한 최고전문성을 갖고 경영하는 곳이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법인은 국가 수준의 평생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법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대구평생학습진흥원 역시 법인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전문성은 사람과 작업물(product)에 담겨진다. 즉, 평생교육 전문가를 확보함으로써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의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고,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의 활동결과물에 전문성이 축적된다. 따라서 법인으로서의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은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일차적인 과업이다. 더불어 이 전문성이 대구평생학습의 결과물인 프로그램, 네트워크, 평생학습문화, 홍보, 기초지자체의 평생학습 등 다양한 작업물에 담길 수 있도록 체제를 개편하고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 역시 필수적인 과업이다.

앞으로 10년 후인 2030년에 한국과 대구는 어떤 모습일까? 평생교육만 놓고 보더라도, 30% 이상의 고령인구 비율, 신중년층 이상의 경제활동 증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한 다중학습공간 확대, 대학과 학교의 소멸, 신산업과 그에 따른 새로운 인력공급체계 운영, 새로운 학력인정과 평생학습인증체제 운영 등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변화가 기대된다. 따라서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이 앞으로 1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미래 학습다양성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와 사업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의 자체 인력과 역량이 아니라 유관기관이나 시민의 협력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자생적 평생학습체제, 이른바 평생학습생태계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 평생학습생태계는 개개의 주체가 연계하여 전체를 구성하는 시너지 관계망과 공동체 운영, 다양한 영역의 융합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학습서비스 제공, 디지털 생태계를 반영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동시에 운영되는 다중학습공간 적용 등 다양한 이슈를 반영한다.

또한 약한 자가 도태되는 자연생태계와는 달리 평생학습생태계는 약한 자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미 소외계층을 위한 평생학습 정책과 사업이 다양하지만, 그 수준은 걸음마 단계이다. 11만 명의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 청년으로 진입하는 다문화배경 자녀의 성인직업교육, 30%나 되는 대구 비문해자를 위한 교육 등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이 공적 법인으로서 우선시해야 할 소외계층은 미래에도 중요한 평생학습 주체이다.

대구평생학습진흥원이 법인으로 출범하면, 이전에 없던 변화가 바로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 그것이 바람직한 것만도 아니다. 법인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어떤 변화도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전문성 제고와 학습생태계 구축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충분한 검토와 계획을 통해 하나둘씩 준비해야 한다. 대구평생교육진흥원의 법인화가 다른 광역시·도에 비해 늦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토끼가 거북이를 이긴 적이 있었는가? 대구의 특징과 조건에 적합한 페이스로 새로운 평생학습시대를 준비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현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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