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나의 평생학습 배움터는 마을이다

대구시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센터장 김영숙

2007년 안심마을에 살면서 동네 주민들과 함께 마을도서관을 만드는 주민모임을 꾸리고 함께 활동을 했다. ‘아이들이 책과 친구가 되고 책을 읽는 것이 놀이가 되도록 키우고 싶다’는 소박한 주민들의 바람이 현실이 되리라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대구시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센터장 김영숙

500여개의 돼지저금통을 돌리고 매주 공원에 나가 캠페인을 하면서 3,500만원 종잣돈을 모았고 공간을 구하고 내부공사도 엄마, 아빠들이 매주 모여 진행했다, 이렇게 1년 10개월이 지나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만든 <반야월 행복한 어린이도서관 아띠>를 개관했다.

개관 첫 날, 아이들은 온 동네를 돌며 축하 퍼레이드를 하고 도서관을 만들어 낸 30여명의 주민들은 눈물과 감동을 나누며 함께 기뻐했다. 마을 도서관의 슬로건을 <행복한 마을을 만들어 가는 아띠도서관>으로 정하고 그렇게 아띠도서관은 자기 정체성을 지켜가며 마을의 자랑이 되었다. 어린이, 청소년, 마을 주민이 참여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맞게 주민의 손에 의해 기획되고 실행되었다. 마을평생학습의 거점으로 역할을 하는 마을도서관의 시작은 너무나 소박했다.

“왜 우리 동네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뒹굴뒹굴 거리며 큰소리로 책을 읽고 함께 친구가 되어 놀 수 있는 책 놀이터가 없을까?”

“엄마들이 모여서 인문학 책을 읽는 모임도 하고 서로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재미나는 삶을 살수 없을까?”

콩나물 값 500원을 아끼며 자전거를 타고 시장을 돌던 소박한 주민들의 꿈을 포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행정의 작은 도서관 정책을 막연히 기다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띠도서관은 11년 동안 마을에서 살아가는 엄마, 아빠들이 후원금을 내고 운영자로 일하며 어린이와 청소년, 어른들이 함께 성장하는 즐거운 마을공동체의 중심이 되었다.

아이들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주민들이 포기하지 않는 것은 마을 공동체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함께 누리고 스스로 행복해 질 권리이다. 얼마 전 스페인 빌바오 도시모델에 관한 연설을 사무총장이 강조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도시의 미래는 미래 세대를 위해 열려 있어야 하고 이민자를 포함한 다양한 세대의 삶을 위한 공동의 가치, 정체성을 함께 찾아가가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평생학습과 관련된 새로운 세대를 위한 계획을 세운다고 했을 때 그 혁신의 결과는 바로 아이들 눈높이에 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어떠한 혁신을 하고자 할 때 아이들의 언어로 전달하고 느끼게 해주고자 해야 한다.

도시 전체를 즐기게 해주는 것, 주인의식을 가지고 문화적·미적 감수성을 높여 나가는 가치가 공동체와 평생학습이라면 우리가 새로운 혁신의 아이콘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평생학습도 이제 새로운 마을살이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만들 삶의 가치는 주민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권리를 찾도록 해주는 것임을 잊지 말자. 생애주기에 맞는 평생학습이 가능해지려면 생활세계의 공간인 마을에서 친구처럼 즐기고 기쁨을 주는 평생학습 생활정책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단순히 참여의 대상이 되거나 구경꾼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판도 직접 깔고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풀어나가는 주인공 역할을 해야 한다. 공동체와 평생학습이 만나 마을이 좀 더 풍성한 삶의 공간이 되도록, 마을에서 더 많은 상상과 실험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것이 마중물 연계정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10년 된 인문학 모임은 얼마 전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일상의 수놓다> 수필집을 내었고 마을주민이 직접 기록한 마을이야기집 <안심에서 놀고 자란다>를 발간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렸다. 몇 달 전부터 도서관과 함께 자란 청소년들이 매달 함께 모여 청소년영화관 <우리끼리 시네마>를 연다고도 한다. 이제 마을은 그리고 아띠도서관은 마을 주민들에게 자신의 삶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에너지를 주는 공간, 사람이 성장하고 좋은 추억이 쌓여가는 곳이 되고 있다.

매달 아띠도서관으로 일요일 사서 봉사를 하러간다.
그 날만큼은 내 마음이 즐겁고 행복해지는 평생학습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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