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음공감

[책소개]작별일기

대구평생교육진흥원 김인숙 기자

– 삶의 끝에선 엄마를 기록하다 –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어머니의 마지막을 관찰하고 기록한 책 <작별 일기>를 썼다.

최현숙 작가는 1987년부터 천주교 사회운동을 했고 2000년부터 진보 정당에 몸담았다. 어떤 갈등 상황에 놓이든 누구를 만나든 여성주의적·계급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2008년 돌봄노동의 사회화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였다.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비롯해 장애인·산모·신생아 돌봄 등 무료로 했던 노동을 사회화하던 시점이다. 요양보호사 중 또래 여성이 많았다. 그들과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만난 노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걸 사회적 자료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구술생애사 작가가 되어 현재는 전업 작가다. 글 쓰는 걸로 남은 삶을 살고 싶다는 그녀다.

노인 한 명이 어떻게 죽느냐는 사적이면서 정치적인 문제였다. 계급과 젠더(사회적 정체성), 가족주의, 사회복지, 생명윤리 등 많은 사회문화적 요소가 뒤엉켜 있다. 한 사례를 밀착해 기록함으로써 죽음과 늙음이 두려운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정상 이데올로기 중 가장 막강한 것 중 하나가 늙음·죽음에 대한 공포와 혐오다. 그걸 뒤집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오는 거고 죽음 역시 삶의 과정이다. 옛날엔 죽음을 동네에서 경험했는데 이제 산 자들의 공간에서 완전히 배제해 별도의 세리머니를 통해 처리한다. 그러고선 죽음이 안 올 것처럼 산다. 죽음이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걸 드러내고 싶었다.

우리나라도 초 고령화 사회로 진입됨에 따라 노인 인구는 날로 중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곧 심리 정서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노인의 비율 또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노인상담 영역이 블루오션이 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담자 및 참여자의 통찰을 지향하는 독서치료는 노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비 약물치료일 수 있다. 왜냐하면 독서치료는 치료사가 선정 후 제시하는 문학작품을 내담자 및 참여자가 읽고 이해 과정을 거친 뒤, 치료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려움에 대한 도움을 받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삶의 경험이 많은 노인들은 회상 이야기를 통한 글쓰기 치료적 접근이 유용한데 독서치료는 이야기 및 글쓰기 치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히 활용한다면 이 발달단계의 과업인 통합감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노인을 위한 독서치료라는 제목 하에 노인들에게 필요한 심리 정서적인 측면에 맞는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제시하기 위함에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독서치료에 포함되어 있는 여러 기법을 활용해 노년기 통합감 중진, 경직성 완화와 자아실현, 우울감 해소 및 인지기능 향상을 어떻게 꾀할 수 있는지 상세히 보여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들과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는 상담사, 심리치료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타인과의 작별이 아니라 가족과의 작별, 그 중에서도 부모와의 헤어짐을 두고 그 작별인사로 ‘목송’에는 ‘떠나는 뒷모습을 그저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과 아련함이 묻어난다. 늙은 아버지를 어머니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내는 딸의 마음, 장성한 아들을 가정의 둥지 밖으로 떠나보내는 엄마의 마음, 군대 보내는 부모의 마음, 시집보내는 부모의 마음, 치매에 걸려 딸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해져가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또다시 작별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과 풍경들. 그 장면 하나하나에는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짙은 페이소스(웃음 뒤에 묻어있는 슬픔)가 묻어난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라는 시점은 우리의 자화상을 거울 들여다보듯 바라보게 한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해해가고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부모와 자식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점차 멀어지는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가 아닐까. 우리는 골목길 이쪽 끝에 서서, 골목길 저쪽 끝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 뒷모습이 당신에게 속삭인다. 이제 따라올 필요 없다고.”

‘저만치 멀어지는 눈빛/돌아보지 말라고/얼룩처럼 번지는 쉰 목소리//뿔로 문지른 흙벽은 덜렁이고/방으로 뒤어들어올 것만 같던/부리부리한 눈/작은 가슴 벌렁이게 하던/어릴 적 우리 황소//이제는/순하게만 견뎌야하는/그 큰 눈, 아버지/들이친 석양빛 눈물자국이 그렁일/오늘은 왠지/어릴 적 그 우렁찬 황소 소리가 자꾸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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